스마트폰 화면 속 유튜버가 열변을 토한다.
“연애는 프레임 싸움입니다. 먼저 연락하고, 서운함을 드러내고, 매달리면 프레임이 깎이는 겁니다.”
재회 상담 업체뿐만 아니라 요즘 연애 콘텐츠 시장을 점령한 핵심 키워드다. 이들은 상대방보다 덜 사랑하는 척하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여유를 보여야만 관계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가르친다. 무심함은 매력으로, 솔직함은 호구 잡히는 지름길로 둔갑한다. 이 기형적인 조언에 길들여지면, 가장 편안해야 할 연애가 피 말리는 눈치 싸움으로 변질된다.
사랑을 권력의 저울에 달다
프레임 이론이 망가뜨리는 첫 번째는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다.
원래 사랑은 나와 타인이 만나 서로의 세계를 확장하고 안전한 울타리를 짓는 과정이다. 하지만 프레임이라는 안경을 끼는 순간, 상대방은 나와 척을 지고 있는 협상 대상자 혹은 굴복시켜야 할 경쟁자로 바뀐다.
누가 더 많이 좋아하느냐를 두고 권력의 상하를 나눈다. 상대가 다정하게 다가오면 내 프레임이 높아졌다고 우쭐해하고, 상대가 연락이 뜸해지면 내 프레임이 낮아졌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작전을 짠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눈빛, 스킨십까지 모든 것이 애정의 교류가 아니라 점수를 매기는 채점표로 전락한다. 사랑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실상은 덜 상처받고 더 많이 통제하기 위한 서늘한 권력 투쟁에 불과하다.
거세당한 취약함과 친밀감의 죽음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은 취약함을 공유하는 데 있다. 나의 찌질함, 불안, 두려움을 내보여도 상대가 나를 안전하게 품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친밀감을 만든다.
하지만 프레임을 사수하려는 사람에게 취약함은 절대 들켜서는 안 될 치명적인 약점이다. 서운한 일이 생겨도 프레임이 깎일까 봐 쿨한 척 넘어간다.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도 상대보다 먼저 연락하는 건 지는 것이라며 허벅지를 찌르며 참는다. 진심을 억누르고 가짜 여유를 연기하는 사이, 두 사람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질식해 죽어버린다.
겉으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속으로는 언제 내 바닥이 들통날지 몰라 불안에 떠는 텅 빈 껍데기가 되어간다. 서로의 진짜 얼굴을 숨긴 채 얄팍한 기술로만 맞물린 톱니바퀴는 아주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서지기 마련이다.
고립을 자초하는 가짜 승리
프레임 이론의 논리대로 기어코 주도권을 쥐고 관계의 우위에 섰다고 치자.
당신의 차갑고 계산적인 태도에 불안감을 느낀 상대방이 쩔쩔매며 눈치를 본다. 업체들은 이것을 두고 프레임 관리에 성공했다며 박수를 친다. 하지만 그것은 관계의 승리가 아니다. 애정 결핍과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자극해 상대를 내 곁에 묶어둔 것에 불과하다.
통제와 억압으로 유지되는 관계 안에서는 필연적으로 깊은 외로움이 자라난다. 상대가 나를 사랑해서 곁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연출한 무심한 태도에 매달리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면 상대가 떠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연인의 품 안에서도 끝없는 자기 소외와 고립을 겪어야 한다.
화면 속에서 연애의 비법을 떠먹여 주던 영상을 조용히 꺼버린다.
머리를 굴려가며 카톡 답장 시간을 계산하고, 서운함을 통제 불능의 찌질함으로 깎아내려 기어코 그 잘난 프레임의 꼭대기에 섰다고 치자.
그렇게 타인의 불안을 착취하고 내 진심을 철저히 은폐해서 얻어낸 서늘한 관계 속에서, 당신은 과연 단 하루라도 무거운 갑옷을 벗고 온전한 사랑의 온기를 껴안아볼 수 있겠는가.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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