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을 말하면 도리어 상처받은 척하는 사람

오랜만에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날. 밥 먹는 내내 그의 시선은 핸드폰에만 고정돼 있다. 대화가 툭툭 끊기는 걸 참다못해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이 한마디에 그가 핸드폰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그러고는 깊은 한숨을 쉬며 상처받은 얼굴로 창밖을 본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대화 서운함을 꺼낸 건 나인데,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힌다. 눈앞에는 내 무심한 말에 깊은 […]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세뇌가 시작되는 지점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세뇌가 시작되는 지점 금요일 저녁,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 앞. 30분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던 그가 느긋하게 걸어온다. 기다림에 지쳐 묻는 말에 그는 미안한 기색 없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제 통화로 7시라고 두 번이나 짚어줬다. 하지만 너무도 당당한 그의 태도에 말문이 막힌다. 방금 전까지 확신했던 내 기억이 흔들리는 이 짧은 순간, 모든 걸 내 […]
나를 사랑해서 그렇다는 변명

나를 사랑해서 그렇다는 변명 주말 오후,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약속을 앞둔 참이다. 현관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데, 뒤에서 팔짱을 낀 그가 혀를 찬다. 다정한 목소리인데 가슴이 턱 막힌다. 나를 아낀다며 건네는 그 말에 떠밀려, 결국 옷장에 걸려 있던 헐렁한 바지로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통제와 간섭에 씌운 예쁜 포장지 내현성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의 간섭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
미안하다는 말로 상황을 덮어버리는 이기심

미안하다는 말로 상황을 덮어버리는 나르시시스트의 이기심 주말 저녁, 차 안. 며칠 전부터 속을 끓이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그가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마다 연락이 끊기는 문제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과라는 이름의 입막음 사과를 받았는데 마음이 더 답답해진다. 이 대화에서 그가 내뱉은 ‘미안해’라는 단어는 반성이 아니다. 귀찮은 상황을 빨리 넘기고 싶을 […]
싸움의 원인은 사라지고 내 태도만 남는 상황들

싸움의 원인은 사라지고 내 태도만 남는 상황들 주말 저녁, 거실 테이블 앞. 우연히 그의 핸드폰 화면을 보게 된 참이다. 어제 늦게까지 야근했다던 그의 말이 거짓이었고,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황하거나 미안해할 줄 알았던 그는 폰을 탁 내려놓으며 미간을 찌푸린다. 대화의 초점이 엇나간다. 거짓말을 한 그의 행동은 사라지고, 따져 묻는 나의 말투만 문제로 남는다. […]
불만이 있으면 말하라고 해놓고 입을 막아버리는 그

불만이 있으면 말하라고 해놓고 입을 막아버리는 그 조용한 주말 오후. 차를 마시던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먼저 운을 뗀다. 그 따뜻한 태도에 마음이 놓인다. 망설이던 끝에, 며칠 전 그가 약속을 일방적으로 미뤘을 때 느꼈던 서운함을 조심스럽게 꺼내놓는다. 그러자 찻잔을 쥔 그의 손이 멈칫하더니, 이내 굳은 얼굴로 입을 연다. 본질을 덮고 태도를 지적하기 속마음을 편하게 꺼내놓으라는 제안은 […]
나만 아는 그 사람의 서늘한 표정

오랜만에 여럿이 모인 주말 저녁 자리.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한 친구가 가벼운 농담을 던진다. “너는 다 좋은데 가끔 고집이 너무 세더라.” 모두가 와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그 역시 눈꼬리를 휘며 함께 웃는다. 하지만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한 아주 짧은 찰나, 그의 입꼬리가 굳어지며 눈빛이 서늘하게 식는다. 나를 향해 스친 그 비릿한 냉소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 찰나의 […]
다른 사람 앞에서는 천사가 되는 내 연인

지인들과의 커플 모임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 흐른다. 방금 전까지 식당에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웃음을 주고, 당신의 의자를 빼주며 다정함을 과시하던 그 사람은 온데간데없다. 당신의 말에 그는 귀찮다는 듯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낮은 목소리, 차가운 눈빛. 사람들 앞에서의 그 천사 같던 모습은 대문 앞에서 마법처럼 사라졌다. 오직 당신만이 아는, 그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는 […]
나를 위하는 척하면서 교묘하게 깎아내리는 말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 최근 원하던 회사에 이직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맞은편에 앉은 그가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친다. 축하를 받았는데 입안이 까끌까끌해진다. 웃으며 고맙다고 답했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그 한마디가 발목에 매달린 돌덩이처럼 무겁다. 나를 깎아내린 건가 싶어 따지자니, 축하해준 사람을 오해하는 속 좁은 사람이 될까 봐 입을 다물게 된다. 예쁜 포장지 속에 숨겨둔 […]
의견을 물어놓고 결국 자기 마음대로 하는 이유
주말 데이트를 앞둔 금요일 저녁.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묻는다. 고민 끝에 새로 생긴 파스타 가게에 가보자고 대답한다. 그러자 그가 미간을 살짝 좁히며 핸드폰 화면을 넘긴다. 그는 자연스럽게 내비게이션 목적지에 초밥집을 입력한다. 기분이 묘하게 가라앉는다. 어차피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갈 거면서 왜 굳이 내 의견을 물어본 걸까. 친절한 얼굴로 건네는 통보 의견을 묻는 건 이미 정해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