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애인, 연락 문제 해결하기
탁자 위 핸드폰이 짧게 진동한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빈 화면을 쓸어내린다.
답장을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세탁기에 돌려놓고 깜빡 잊어버린 젖은 수건과 같다. 제때 꺼내 널지 않은 면직물에서는 금세 퀴퀴한 냄새가 올라온다. 혼자 남은 방에서 부풀린 짐작들은 결국 관계의 공기를 탁하게 만든다. 바쁜 애인을 둔 사람들은 대개 이 눅눅함을 견디지 못하고 엉뚱한 과녁에 화살을 쏜다.
불안이 만들어낸 착시
답장이 오지 않는다.
상대는 지금 회의실 의자에 파묻혀 간신히 숨을 고르는 중이다. 하지만 남겨진 쪽은 그 침묵을 다른 뜻으로 읽어낸다. 액정 불빛이 꺼질 때마다 내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그래서 두려움은 곧잘 집요한 기대로 둔갑한다.
메시지 창에 뾰족한 단어들을 적어 넣을 때, 손바닥에 닿은 핸드폰의 딱딱한 모서리가 배긴다. 썼던 글자를 지우고 다시 화면을 엎어둔다.
상대를 내 시간표에 억지로 앉혀두려 할수록 관계는 삐걱거린다. 그저 잊힐까 봐 두려워 매달린다는 것을 안다. 내 삶의 빈칸을 대신 채워달라고 생떼를 쓰는 꼴이다. 간신히 틈을 내어 보낸 짧은 안부가 비난으로 돌아오면, 상대에게 대화는 해결해야 할 또 다른 피곤한 업무가 될 뿐이다.
시선의 방향 돌리기
핸드폰을 엎어두어라. 시선을 밖으로 돌려야 할 때다.
비어버린 시간을 채우는 건 타인의 답장이 아니라 내 몫의 일과다. 바쁜 애인 곁에서 평온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빈틈을 억지로 꿰매려 들지 않는다. 그들은 연락이 끊긴 오후, 밀린 영수증을 정리하거나 운동화 끈을 조여 묶는다. 누군가의 메시지 알림에 시곗바늘을 맞춰둔 채 액정만 쳐다보고 앉아있는 모습은 제법 처량하다.
알림음을 꺼둔 채 무심코 넘긴 책장 모서리에 손가락을 베인다. 얇은 종이가 낸 상처가 쓰라리다.
방치해 둔 내 삶을 먼저 굴려야 한다. 밥을 먹었는지 묻는 짧은 문장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안도하던 당신의 헛헛한 속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기대치를 낮추라는 요구가 방관을 뜻하지는 않는다.
상대가 감당하는 물리적 한계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일이다. 내가 촘촘하게 하루를 채워갈 때, 상대는 오히려 그 덤덤한 일상의 곁에서 쉴 곳을 찾는다. 두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두 발을 바닥에 단단히 디디고 섰을 때라야, 자발적으로 다가올 보폭도 생겨난다.
연락 횟수가 사랑의 크기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구석에 처박혀 형체를 잃어버린 직물들을 이제는 꺼내어 볕에 널어야 할 시간이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채 뭉쳐진 감정들을 서랍 속에 쑤셔 넣고 문을 닫아버린다고, 안에서 소리 없이 번식하는 푸르스름한 얼룩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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