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전 화장대 거울 앞.
눈가가 붉은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본다.
재회 상담 업체에서 보내준 PDF 파일에는 이별 후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을 보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그들은 이걸 내적 프레임이 높은 상태라고 부른다.
연락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마음을 꾹 누르고 쿨한 척을 연기한다. 내적 프레임이 낮아서 매달렸고 그래서 차였다는 분석을 진리처럼 믿고 자책하는 중이다.
심리학을 흉내 낸 말장난
내적 프레임은 심리학 교과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정체불명의 조어다.
자신감이나 자존감이라는 흔한 단어 대신 굳이 프레임이라는 낯선 말을 가져다 붙였다. 대단한 학술적 비밀을 알려주는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서다.
프레임은 사회학이나 인지심리학에서 세상을 인식하는 틀을 설명할 때 쓰는 용어다. 사람의 멘탈이나 됨됨이를 측정하는 등급표가 아니다. 업체들은 멀쩡한 학술 용어를 비틀어 내담자의 마음 상태에 점수를 매기는 도구로 전락시켰다.
실패를 떠넘기기 위한 핑계거리
이 가짜 용어가 진짜 나쁜 이유는 책임을 회피하는 편리한 도구로 쓰이기 때문이다.
수십만 원을 주고 산 지침 문자를 보냈는데 상대가 차갑게 반응할 때가 있다. 이때 상담사는 자기들이 짜준 문자가 엉망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내담자의 내적 프레임이 낮아서 상대방에게 찌질한 기운이 전달되었다고 탓을 돌린다.
글자 몇 개 보냈을 뿐인데 모니터 너머의 내적 프레임이 어떻게 전달된다는 건지 앞뒤가 안 맞는 논리다.
상황이 나빠진 이유를 내담자의 나약한 멘탈 탓으로 돌려버린다.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 지침을 망쳤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업체를 더 맹신하게 된다.
곪은 상처 위 화장 덧칠하기
이별하고 슬픈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보고 싶어 밤잠을 설치고 눈물 흘리는 게 어떻게 가치가 낮은 행동이 될 수 있나. 내적 프레임을 높이겠다며 슬픔을 억누르는 행동은 곪은 상처 위에 두꺼운 파운데이션을 덧칠하는 짓과 같다.
겉보기엔 말끔해 보일지 몰라도 속에서는 더 깊게 썩어 들어간다.
진짜 건강한 마음은 억지로 도도한 척할 때 생기지 않는다.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자신의 찌질함까지 인정할 때 비로소 아물기 시작한다.
다시 화장대 거울 앞이다.
억지로 끌어올렸던 입꼬리를 내리고 멍한 눈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자존감을 갉아먹는 건 이별 자체가 아니다.
내적 프레임 운운하며 당신의 찢어지는 슬픔을 통제력이 부족한 실패로 몰아가는 그 알량한 조언들이다. 가짜 용어에 기대어 억지로 꾸며낸 표정은 이제 지워내는 게 낫다. 슬프면 그냥 소리 내어 우는 게 내 마음을 지키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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