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효(孝)는 인간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져 왔지만 동양에서는 강박적인 형태를 띄운다. 건강한 가족은 개인이 원가족으로부터 독립으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건강하게 형성할 수 있지만 효도라는 명분으로 원가족과 분리할 수 없다면 개인이 성장한 기존의 가족과 새로 형성한 가족 간의 갈등이 발생한다.
효는 도덕적 책임과 같이 부족하거나 시행하지 않을 경우 비난을 받을 명분이 좋다. 나이 든 어른을 봉양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부모에 대한 감사함을 모른다 비난하며 도덕적 책임을 거론할 경우 비난을 받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 형식으로 상대의 말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효도란 자녀가 스스로 하는 것이지 절대 아내 혹은 여자 친구가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과한데 그들이 효도를 강요하는 이유는 뭘까?

사랑받지 못할수록 효도하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효도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일수록 더 효도한다. 이들의 가족 환경을 보면 다른 형제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경향이 있다. 다른 형제가 부모에게 더 사랑을 받는다 느껴지거나 열등감을 느낄 상황(성적, 활동성)이 있을 때 부모의 편애를 느끼게 되고 어릴 때 받지 못했던 사랑을 어른이 되어서 받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 내가 좋은 자녀라는 것을 증명할 기회가 왔어!
편애받은 아이는 도리어 집에 문제가 생겨도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본인을 사랑해주는 부모라는 안전 기지가 명확하게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사랑을 찾으려 하지 않고 외부로 나가려 한다. 하지만 사랑을 받지 못했던 아이는 집안에 문제가 발생할 때 부모가 자녀에게 의존할 때 드디어 자신에게도 기회가 왔다고 느낀다.

# 부모의 의존에 만족하다.
편애하고 사랑했던 아이는 기본적인 역할만 할 뿐 자신이 원하는 만큼 의존하도록 이상적인 양육을 했던 아이에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부모는 옆에서 자신도 사랑해 달라 애원하는 다른 자녀에게 의존한다. 이때 자신이 좋은 자녀임을 증명할 수 있고 부모 위에 군림할 수 있으니 이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강박적으로 효도하려 한다.

왜 본인이 안 하고 아내에게 강요할까?
자신을 키워준 부모이면 본인만 잘하면 될 것을 왜 다른 사람들에게 가족에 대한 기준과 효를 앞세워 시행하도록 강요할까? 남자는 어릴 때 사랑을 받고자 노력을 했지만 방법을 몰랐기에 관심을 끌기 위한 비행 혹은 반항으로 부모를 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나름의 노력이 거부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그러한 거부적인 경험은 자신이 사랑을 달라 이야기할 경우 거절당하거나 부모가 이를 거절할 수 있다는 트라우마로 남게 되어 아내, 자신의 자녀가 대신 효도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 좋은 자녀임을 증명받을 수 있을까?
최소한 자신이 좋은 자녀임을 증명받고 나면 그래도 만족을 느낄 수 있고 미해결 과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다름이 없다. 어머니가 자신이 의존하고 싶은 다른 자녀에게 이상적인 교육과 양육을 했지만 정작 기대조차 하지 않은 아이가 자신을 챙기고 있으니 분노를 느끼고 그 분노는 아이러니하게 효도를 강박적으로 하고 있는 자녀에게 나타난다. 어디까지 하나 보자는 식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행동은 사랑받지 못해 사랑받고 싶어 하는 자녀를 이용해 의존하고 싶은 자녀를 더 챙기는 아이러니한 굴레에 빠지게 된다.

# 잘못됨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챙기는 남편은 무시받고 다른 형제를 챙기는 시어머니를 보면 남편이 답답하기에 이렇게 말한다.
“아주버님은 어머니 집, 재산 다 가져가고 사업으로 그렇게 날려 먹으면서도 문제 생기면 도망가는데 대학 등록금도 못 받아서 밥도 굶었다던 당신은 왜 그렇게 가족을 못 챙겨서 안달인 거야!”
강박이 심한 남자의 경우(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강할수록) 아무리 바른 말이라도 유교사상에 입각한 효의 본질과 도덕적 책임을 거론하며 설교를 시작하기에 몇 번의 저항 끝에 포기하기 된다. 또한 아내가 완전한 아내, 며느리로서 행동하길 원하는데 이 또한 다른 형제의 배우자가 하지 않는 것을 자신의 배우자가 함으로써 더 좋은 자녀임을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완전한 가족을 꿈꾸다.
완전하다는 말은 이상적임을 의미한다. 자신이 상상하는 이상적인 가정을 이루고자 주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기 때문에 도리어 가정에 불화가 찾아오기 쉽다.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각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실 원가족과의 완전한 분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아내들은 이러한 강박에 지치고 고부갈등이 생기며 자녀들은 강압적인 가족 환경에 저항하게 된다. 부족한 애정은 가족이 채우는 것이 아닌 스스로 채울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이 없어도 자신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 아내가 바꾸려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전문가나 병원의 도움을 받아 애정결핍을 채울 수 있어야 한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