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는 연분홍빛 벚꽃이 흩날리고, 얇아진 옷차림만큼이나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벼워 보이는 계절입니다.

SNS에는 다들 좋은 곳으로 나들이를 떠난 사진들이 가득한데, 정작 나는 도서관 열람실이나 좁은 방 안에서 책과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죠.

다가오는 중간고사에 대한 압박감,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 준비, 혹은 당장 내일의 생활비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세상은 온통 봄이 왔다고 환호하는데, 내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는 아직 차가운 한겨울인 것만 같아 씁쓸해지곤 합니다.

‘내 20대의 가장 좋은 시절이 이렇게 책상 앞에서 다 지나가버리는 걸까?’ 하는 생각에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멈칫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들처럼 화려한 나들이를 가지 못했다고 해서 당신의 청춘이 빛바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밖을 향할 때, 묵직한 불안감을 꾹 누르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그 투박한 인내심이야말로 지금 당신이 가진 가장 강하고 멋진 무기니까요.

금방 화려하게 피었다가 이내 지고 마는 얇은 봄꽃과 달리, 지금 당신이 흘리는 조용한 땀방울은 훗날 당신의 삶을 흔들림 없이 지탱할 아주 깊고 단단한 뿌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팍팍한 화면에서 잠시 눈을 떼고, 가벼운 산책을 하며 스스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세요. 이 눈부신 계절의 한가운데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 당신은, 참 멋지고 대견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