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우린 이렇게 잘 맞을까? 우린 소울메이트야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당신의 말을 전부 이해하고, 당신의 상처에 함께 아파하며, 당신이 혼자 간직해 온 꿈을 똑같이 꾸고 있는 사람. 당신은 운명을 느낀다. 평생을 찾아 헤맨 영혼의 짝, ‘소울 메이트’를 드디어 만났다고.
그와의 대화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비주류 밴드의 노래를 그는 자신의 인생 곡이라고 말한다.
당신이 언젠가 제주도에 작은 책방을 열고 싶다고 스치듯 말하자, 그는 자신의 오랜 꿈 역시 바로 그것이었다며 눈을 빛낸다. 까다롭고 복잡한 당신의 가족사를 털어놓으면, 자신도 비슷한 아픔이 있다며 당신의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해 준다.
그는 당신이 평생 듣고 싶었던 말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 같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당신은 정말 속이 깊은 사람이야.”
당신조차 확신하지 못했던 당신의 가치를 그는 한눈에 알아보고 끊임없이 찬양한다. 당신의 존재는 그를 통해 비로소 완전해지는 것 같다.
이것이 나르시시스트가 관계 초기에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 바로 ‘이상화(Idealization)’다. 그들은 당신의 영혼에 조율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당신의 영혼을 통째로 흉내 내고 연기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당신을 주인공으로 한 치밀한 연극의 시작이다.
무대 위 배우, 당신을 연기하다
나르시시스트는 당신과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당신을 ‘학습’하고 당신을 ‘모방’한다. 관계 초기에 그들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당신의 모든 것을 관찰한다.
당신의 취향, 말투, 웃음 코드,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의 불안과 열망까지. 그들은 당신이라는 사람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한 뒤, 완벽한 ‘당신 맞춤형 인간’이 되어 나타난다.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미러링(mirroring)’이다. 거울이 앞에 있는 사물을 그대로 비추듯, 그들은 당신의 모습을 그대로 자신에게 투영한다. 나르시시스트에게는 고유하고 안정적인 자아가 없다.
그들은 텅 빈 내면을 채우기 위해 타인의 성격과 욕망을 빌려와 자신의 것인 양 사용한다. 그들은 당신의 영혼과 공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영혼을 훔쳐 잠시 자기 것인 것처럼 쓰는 것이다.
당신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면, 그들은 세상 누구보다 당신을 이해하는 다정한 사람으로 나타난다. 당신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했다면, 그들은 당신의 가장 열렬한 숭배자가 된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신뢰를 얻고 당신의 마음을 열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다.
이러한 미러링은 ‘애정 공세(Love Bombing)’라는 형태로 쏟아진다. 당신의 하루는 그의 아침 인사 메시지로 시작되고, 잠들기 전 그의 목소리를 들어야 끝이 난다.
그는 당신이 한 사소한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기억했다가 당신을 감동시키는 데 사용한다. 이 과도하고 빠른 애정 표현은 당신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킨다.
당신은 생각한다. ‘이렇게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처음이야.’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당신을 알아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 그 자체를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운명적인 연인’를 연기하는가?
나르시시스트가 이처럼 정교한 연극을 펼치는 이유는 단 하나, 당신을 통제하고 지배하여 자신의 ‘자기애적 보급품(narcissistic supplies)’으로 삼기 위해서다.
그들에게 타인은 사랑하고 존중해야 할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그들은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에 진실한 유대를 맺을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당신을 그들의 세계에 묶어두려 한다.
그들이 결혼이나 미래에 대해 성급하게 이야기하는 이유도 당신에게 ‘책임감’이라는 족쇄를 채워 이 관계에 더 많은 것을 투자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당신은 어쩌면 속았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탓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어리석어서 그들의 표적이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은 진실한 사랑을 믿고, 타인에게 마음을 열 줄 알며, 깊은 유대를 맺을 줄 아는 건강한 사람이기에 그들의 표적이 되었다. 나르시시스트는 당신이 가진 가장 선하고 아름다운 부분을 이용해 당신을 무너뜨린다.
그들은 당신의 ‘소울 메이트’가 아니라, 당신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거울 자체에는 형체가 없다. 당신이 비춰주지 않으면 그들은 텅 비어 있다.
당신이 사랑했던 것은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거울에 비친 당신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이었을 뿐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관계에 온몸을 던졌던 기억이 있는가. 돌이켜보면 어딘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모든 것이 지나치게 좋았던 관계 말이다.
그것은 어쩌면 사랑이 아니라, 당신을 무대 위에 세우고 당신의 모든 것을 흉내 냈던 한 사람의 독백이자 연기였을 수 있다. 이제 그 연극의 실체를 알아차렸다면, 더 이상 무대 위에서 내려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 환상의 막이 내리고 조명이 꺼졌을 때, 당신은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비로소 진짜 ‘당신’의 삶을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된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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