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이 연애의 기술이라는 착각, 불안전 애착의 재생산

퇴근길 지하철 안. 메시지가 온 지 30분이 지났다. 일부러 알림을 지우고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는다. 어제는 내가 먼저 연락을 했으니 오늘은 상대가 안달 나게 만들 차례다.

인터넷 연애 칼럼에서 정답처럼 가르치는 흔한 밀당의 기술이다. 카톡 답장 시간을 계산하고 만남을 한 번쯤 거절하며 주도권을 쥐라는 조언이 넘쳐난다.

애정 결핍이 만든 생존 방식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말은 허상이다. 연락을 늦추고 마음을 숨기는 행동은 그저 상처받기 싫은 방어 기제에 가깝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불안정 애착 유형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거절당할까 봐 두려우니 먼저 거리를 둔다. 상대가 다가오면 잠시 안심하지만, 조금만 멀어지면 다시 매달리거나 아예 밀어낸다.

이런 행동을 고도의 연애 기술로 포장하는 업체들은 사람의 취약한 심리를 악용한다. 건강한 관계를 맺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얄팍한 속임수를 쥐여준다. 감정을 숨기고 상대를 조종하려 들수록 주도권을 잡는 게 아니라 스스로 불안의 늪에 빠져든다.

뇌가 느끼는 위협 신호

예측할 수 없는 태도는 상대방을 지치게 만든다. 다정했다가 무심해지는 패턴은 뇌에 스트레스를 준다. 우리는 상대의 마음이 변했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상담 업체들은 이 불안감을 사랑의 감정이라고 우긴다. 애착 체계가 자극받아 생기는 분리불안을 낭만적인 애정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불안해서 매달리는 상대의 모습을 보며 내 가치가 증명되었다고 안도한다. 썩은 동아줄을 잡고 서로가 서로를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과정이다. 매력적인 사람이라서 끌리는 게 아니라, 그저 마음이 몹시 불안해서 놓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솔직함이라는 진짜 매력

단단한 사람들은 감정을 숨기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하고, 서운한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털어놓는다. 상대에게 거절당하는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굳이 의미 없는 행동을 덧칠할 이유가 없다.

안정적인 사람들은 밀고 당기는 태도를 보면 피곤함을 느끼고 떠난다. 결국 곁에 남는 건 똑같이 불안하고 의심 많은 사람들뿐이다. 불안정 애착의 지독한 재생산이다.

다시 퇴근길 지하철 안. 가방 속 스마트폰을 꺼내 일부러 미뤄뒀던 답장을 무심히 바라본다.

시간을 재고 감정을 저울질하는 짓은 이제 그만두는 게 낫다. 답장하고 싶을 때 문자를 보내고 마음이 가는 대로 솔직하게 다가가는 거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쥐어짜 낸 관계는 금세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밀당이라는 피곤한 껍데기를 벗어던져야 진짜 당신의 맨얼굴이 빛을 낸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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