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버그의 도덕성 발달 단계
여기 유명한 딜레마가 하나 있습니다.
한 남자인 하인츠에게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의사는 새로 개발된 약만이 아내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약을 개발한 약사는 약값의 10배가 넘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고, 하인츠는 돈을 빌리러 사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약값의 절반밖에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약사에게 아내가 죽어가고 있으니 약을 싸게 팔거나, 나중에 갚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약사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절망에 빠진 하인츠는 결국 그날 밤 약국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아내를 위한 약을 훔쳤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인츠의 행동은 옳은가요, 그른가요?
이 질문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그래도 도둑질은 나쁜 짓이야”라고 답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어?”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런데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로렌스 콜버그(Lawrence Kohlberg)는 ‘예’ 또는 ‘아니오’라는 대답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즉 판단의 근거가 되는 ‘도덕적 추론(moral reasoning)’의 과정이었습니다.
콜버그는 장 피아제(Jean Piaget)의 인지 발달 이론을 확장하여, 우리의 도덕적 판단 능력이 어린 시절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단계를 거쳐 발달하고 진화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은 콜버그의 이론을 통해, 옳고 그름에 대한 우리의 내면적 기준이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 그 흥미로운 단계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콜버그의 3수준 6단계 도덕성 발달 이론
콜버그는 도덕적 추론의 발달을 크게 3가지 수준과 각 수준별 2개의 단계, 총 6단계로 나누었습니다. 각 단계의 사람들은 ‘하인츠 딜레마’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는지를 살펴보면 그 차이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1수준: 전인습적 도덕성 (Pre-conventional Morality)
주로 아동기에 나타나는 이 수준의 도덕성은, 사회의 규칙이나 기대를 내면화하기 이전의 단계입니다.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은 오직 자신에게 돌아올 보상이나 처벌과 같은 자기중심적인 결과에 있습니다.
- 1단계: 복종과 처벌 지향 (Obedience and Punishment Orientation) 이 단계에서 ‘옳은’ 행동은 처벌을 피하는 것이고, ‘그른’ 행동은 처벌을 받는 것입니다. 규칙은 절대적인 것이며,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는다는 단순한 논리가 지배합니다.
- 하인츠 딜레마에 대한 추론: “훔치면 안 돼요. 도둑질은 나쁜 거고, 경찰에 잡혀서 감옥에 가니까요.” (처벌 회피) 또는 “훔쳐야 해요. 아내가 죽는 걸 그냥 내버려 두면 부모님께 더 크게 혼날 테니까요.” (더 큰 처벌 회피)
- 2단계: 개인적 이익 및 교환 지향 (Individualism and Exchange)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행동 원리가 됩니다. “네가 내 등을 긁어주면, 나도 네 등을 긁어줄게”와 같이, 상호 이익에 기반한 거래나 교환의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합니다.
- 하인츠 딜레마에 대한 추론: “훔쳐야 해요. 아내를 살려주면 아내가 나중에 자신에게 잘해줄 테니까요.” (개인적 이익) 또는 “훔치는 건 위험해요. 아내가 죽으면 슬프겠지만, 감옥에 가는 건 자신에게 더 큰 손해예요.” (손익 계산)

제2수준: 인습적 도덕성 (Conventional Morality)
대부분의 청소년과 성인이 이 수준에 해당합니다. 개인은 이제 가족, 사회, 국가의 법과 질서, 기대를 내면화하고 이를 따르는 것을 ‘옳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 사회적 인정과 법의 준수에 있습니다.
- 3. 대인 관계 조화 및 ‘착한 아이’ 지향 (Good Interpersonal Relationships) 옳은 행동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그들로부터 ‘착한 아이’,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조화로운 관계와 사회적 승인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 하인츠 딜레마에 대한 추론: “훔쳐야 해요. 좋은 남편이라면 당연히 아내를 구해야죠. 그래야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이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사회적 역할과 기대 충족) 또는 “훔치면 안 돼요. 도둑질하면 사람들이 모두 그를 범죄자라고 손가락질할 거예요.” (부정적 평가 회피)
- 4. 사회 질서 유지 및 법과 질서 지향 (Maintaining the Social Order) 개인의 관계를 넘어, 사회 전체의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을 최고의 의무로 여깁니다. 법은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이므로, 개인적인 상황과 상관없이 절대적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하인츠 딜레마에 대한 추론: “훔치면 안 돼요. 법은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입니다. 만약 모두가 각자의 사정 때문에 법을 어기기 시작하면, 사회 시스템은 붕괴되고 말 거예요.” (법과 질서의 절대성 강조)

제3수준: 후인습적 도덕성 (Post-conventional Morality)
일부 성인만이 도달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입니다. 개인은 사회의 법이나 관습을 넘어, 자신이 숙고하여 선택한 보편적인 윤리 원칙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합니다.
- 5단계: 사회 계약과 개인 권리 지향 (Social Contract and Individual Rights) 법과 규칙은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한 ‘사회적 계약’이며,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증진시킬 때만 정당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법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그 법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비판되고 개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하인츠 딜레마에 대한 추론: “훔치는 것이 법에 어긋나기는 하지만, 법의 목적은 사람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있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권은 약사의 재산권보다 더 근본적인 권리이므로,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하인츠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법의 정신과 개인의 기본권 고려)
- 6단계: 보편적 윤리 원리 지향 (Universal Ethical Principles) 정의, 평등, 인간 존엄성 등과 같이 스스로 선택한 보편적인 윤리 원칙에 따라 행동합니다. 이러한 원칙이 사회의 법과 상충될 경우, 개인은 법이 아닌 자신의 내면적 양심과 보편적 원리에 따릅니다.
- 하인츠 딜레마에 대한 추론: “망설임 없이 훔쳐야 합니다.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재산권 보호라는 규칙보다 상위에 있는, 그 어떤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인 도덕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생명 그 자체는 그 어떤 법이나 사회적 합의보다도 소중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보편적 원리에 대한 확신)
콜버그 이론에 대한 비판과 현대적 의의

콜버그의 이론은 도덕성 발달을 이해하는 데 획기적인 틀을 제공했지만, 몇 가지 중요한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 성차별적 편향: 콜버그의 제자였던 캐럴 길리건(Carol Gilligan)은 이 이론이 주로 남성들을 대상으로 연구되었기 때문에, 규칙과 권리를 중시하는 ‘정의의 윤리’만을 높은 단계로 간주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녀는 여성들이 더 중시하는 관계, 돌봄, 책임감에 기반한 ‘보살핌의 윤리’ 또한 동등하게 가치 있는 도덕적 관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문화적 편향: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강조하는 후인습적 단계는 서구 개인주의 문화의 가치를 반영하며, 집단의 조화와 의무를 더 중시하는 집단주의 문화의 도덕성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 생각과 행동의 괴리: 이 이론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덕적 추론)’를 다룰 뿐,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도덕적 행동)’를 예측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내 안의 재판관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콜버그의 이론은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인지적 성장과 사회적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발달하고 성숙해나가는 과정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된 우리의 도덕성은, 칭찬에 대한 기대를 거쳐, 사회의 법과 질서에 대한 존중으로, 그리고 마침내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이론은 우리에게 ‘나는 지금 어떤 단계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타인과 사회를 향한 우리의 도덕적 잣대는 과연 어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을까요?
정해진 규칙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을 넘어, 그 규칙 이면에 있는 더 깊은 가치와 원리를 성찰하고, 때로는 불의에 맞서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할 용기를 갖추는 것.
그것이야말로 콜버그가 제시한 도덕성 발달의 최종 목적지이자, 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성숙한 지혜의 모습일 것입니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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