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담이라는 핑계, 농담이란 말로 자존감을 깎는 말들
오랜만에 공들여 화장을 하고 나온 당신에게 그가 툭 던지듯 말한다. “오늘 화장이 좀 떴네? 가부키 화장인 줄 알았다.” 당신의 표정이 굳어지자 그는 황급히 덧붙인다. “아, 농담이야 농담. 장난인데 왜 정색을 하고 그래?”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지만, 속은 이미 문드러졌다. 그의 말은 농담이라기엔 너무 구체적이고, 장난이라기엔 지나치게 날카롭다.
이 찝찝한 불쾌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단순히 내가 예민해서 유머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일까? 아니다. 당신의 직감은 정확하다.
그것은 농담이 아니라 언어로 포장된 폭력이다. 웃음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상대의 가장 약한 고리를 찌르는 비열한 공격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네깅(Negging)’, 우리말로는 흔히 ‘후려치기’라고 부른다.
친밀함을 가장해 상대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자신이 우위에 서려는 고도의 심리 조종술이다. 그의 혀끝에서 나오는 말은 유머가 아니라 당신의 영혼을 베는 면도칼이다.
불안한 소유욕의 발로

멀쩡한 연인의 외모를 굳이 깎아내리는 심리는 무엇일까. 사랑하면 눈에 콩깍지가 씌어 단점도 예뻐 보인다는데, 그는 왜 굳이 뱃살을 꼬집으며 “돼지”라고 놀리고, 작은 키를 비웃으며 낄낄대는 걸까.
그 기저에는 깊은 열등감과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당신이 자신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냥 두면 언젠가 더 좋은 사람을 찾아 떠날지도 모른다는 유기 불안이 그를 괴롭힌다.
그래서 그들이 택한 전략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너는 살 좀 빼야겠다”, “다리가 좀 짧지 않아?” 같은 말로 당신에게 ‘하자 있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당신이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낄수록, 자신을 받아주는 그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의존하게 될 테니까.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생존 본능에서 나온 비겁한 술수다.
마치 명품 도자기를 훔칠 능력이 안 되니, 도자기에 흠집을 내어 헐값에 사들이려는 장사치와 같다. 그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망가져서 도망가지 못하는 당신을 소유하고 싶은 것이다.
가스라이팅의 입문, 유머의 탈을 쓴 학대

이 수법이 악랄한 이유는 ‘농담’이라는 안전장치 때문이다. 당신이 화를 내면 그는 즉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사람 무안하게 왜 그래?”, “너 콤플렉스 있어?” 순식간에 가해자는 ‘유쾌한 사람’이 되고, 피해자는 ‘속 좁고 예민한 사람’이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당신은 자기 검열에 빠진다. ‘내가 너무 진지한가?’, ‘이 정도는 웃어넘겨야 쿨한 건가?’ 결국 모욕을 당하고도 함께 웃어주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진다. 자신의 존엄이 짓밟히는 현장에서 박수를 치는 꼴이다.
그렇게 당신의 자존감은 서서히 무너진다. 거울을 볼 때마다 그가 지적했던 부위만 보인다. ‘내 눈이 정말 작은가?’, ‘내가 진짜 뚱뚱한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난도질하기 시작한다.
그는 당신의 낮아진 자존감을 먹이 삼아 우월감을 채운다. 당신이 위축되어 그의 눈치를 볼 때, 비로소 자신이 관계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착각한다. 이것은 명백한 정서적 학대다. 주먹으로 때려야만 폭력이 아니다. 말로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비참하게 만드는 것 또한 씻을 수 없는 폭력이다.
웃기지 않으면 농담이 아니다

진정한 유머는 듣는 사람도 함께 즐거워야 한다. 한 사람만 웃고, 다른 한 사람은 상처받는다면 그것은 유머가 아니라 조롱이다. 당신의 외모를 비하하며 낄낄대는 그 사람은 유쾌한 게 아니라 무례한 것이다.
“장난인데 왜 그래?”라고 묻는다면, “장난이 사람 기분 더럽게 하면 그건 시비야”라고 답해줘라. 당신의 불쾌감을 설명하거나 이해시키려 애쓰지 마라. 그는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즐기는 것이다.
당신은 평가받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열등감을 채워주기 위해 샌드백이 되어줄 이유도 없다. 당신의 뱃살, 피부 트러블, 작은 키까지도 사랑스럽게 바라봐 줄 사람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당신을 깎아내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 당신의 빛을 가려야만 자신의 초라함이 감춰지는 사람. 그런 사람의 곁을 지키기엔 당신은 너무나 아름답다.
이제 그만 그 재미없는 코미디 쇼의 관객석에서 일어나라. 그리고 당신을 있는 그대로 아껴주는 사람을 찾아 떠나라. 그것이 당신의 자존감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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