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왜 결정적인 순간에 발을 뺄까
일요일 오후, 한적한 카페. 진지하게 미래를 논의하거나 관계의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려 당신이 어렵게 운을 뗀 참이다. 며칠을 고민하고, 혼자 대본까지 짜본 대화다. 긴장한 당신과 달리, 맞은편에 앉은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는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말씨다. 당신을 그만큼 믿는다는 뜻 같아 고맙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진다. 분명 우리 둘의 문제인데, 정신을 차려보면 나 […]
상처받은 짐승을 거두는 마음의 대가
어둑한 골목길, 비를 고스란히 맞고 서 있는 길고양이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거다.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그는 지난 연애에서 겪은 배신과 상처를 쓸쓸하게 꺼내놓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쪽이 저릿해진다. 세상의 모진 풍파를 혼자 다 맞은 듯한 처연함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친 짐승을 가여워하는 마음. 기꺼이 내 따뜻한 방 한편을 내어주고 싶어 […]
사람 만나는 걸 안 좋아한다는 말의 이면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과의 모임이 잡혔다. 들뜬 마음으로 원피스를 고르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그에게 묻는다. 같이 갈래? 다들 너 한 번 보고 싶대.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그 다정한 거절에 서운함보다 묘한 안도감이 먼저 차오른다. 남들처럼 무의미한 인맥에 목매지 않고 우리 관계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진중한 사람. 얕고 가벼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