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입니다. 옷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얇은 카디건을 꺼내 입으며, 문득 높아진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계절이죠.

유난히 맑고 화창한 가을날이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불 꺼진 조용한 방에 들어설 때면 어쩐지 마음 한구석에 휑한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유독 이맘때면 청첩장 소식도 많아지고, 때때로 들려오는 주변의 안부 물음이 은근한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남들은 다들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정해진 궤도를 따라 안정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 일상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듯한 고요함이 불쑥 낯설고 외롭게 다가오곤 하죠.

‘내가 선택한 이 삶의 방향이 잘 흘러가고 있는 걸까?’ 하는 헛헛한 질문이 꼬리를 물기도 합니다.

하지만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그 고요함은, 사실 당신이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지어 올린 평화롭고 단단한 공간입니다.

남들이 북적이는 울타리를 만들 때, 당신은 당신만의 취향과 일에 대한 전문성, 그리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깊은 독립심을 훌륭하게 가꿔왔으니까요.

가을 나무가 화려한 잎을 떨구고도 본연의 모습으로 굳건히 서 있는 것처럼,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기준이 없어도 당신의 삶은 이미 그 자체로 견고합니다.

쓸쓸함이 밀려오는 가을밤에는 무리해서 그 감정을 지워내려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끓여 마시고, 좋아하는 음악을 작게 틀어둔 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 평온함을 기꺼이 누려보는 건 어떨까요.

세상의 속도와 조금 달라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계절 안에서 충분히 근사하게 여물어가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