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원인은 사라지고 내 태도만 남는 상황들
주말 저녁, 거실 테이블 앞. 우연히 그의 핸드폰 화면을 보게 된 참이다. 어제 늦게까지 야근했다던 그의 말이 거짓이었고,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어제 야근한다고 해놓고 왜 거짓말했어?”
당황하거나 미안해할 줄 알았던 그는 폰을 탁 내려놓으며 미간을 찌푸린다.
- “말을 왜 그런 식으로 해? 사람을 무슨 범죄자 취조하듯이 몰아세우네.”
대화의 초점이 엇나간다. 거짓말을 한 그의 행동은 사라지고, 따져 묻는 나의 말투만 문제로 남는다.
잘못의 크기보다 말투를 탓하기
내현성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화제를 돌려 상황을 모면하려 든다. 이때 가장 만만한 타겟이 바로 상대방의 감정적인 반응이다.
- “네가 자꾸 소리 지르고 흥분하니까 나도 더 이상 대화하기 싫다.”
그는 겉옷을 챙겨 입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문제의 본질을 짚어내려는 정당한 항의는 한순간에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으로 바뀐다. 잘못을 저지른 건 그 사람인데, 상황을 수습하고 대화를 이어가려 애쓰는 건 남겨진 사람의 몫이 된다.
화를 내던 사람이 사과를 하게 될 때
답답한 마음에 그를 붙잡고 이유를 설명하려 애쓴다.
- “네가 거짓말을 하니까 화가 나서 그렇지. 어떻게 좋게 말이 나와?”
그는 팔짱을 낀 채 한숨을 쉰다.
- “그래서 그렇게 화를 내면 다 해결돼? 너 진짜 피곤하게 군다.”
이제 대화는 거짓말이 아니라 나의 성격 문제로 넘어간다. 이 숨 막히는 흐름에 휘말리면 어느새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말했나, 화를 낸 건 내 잘못이 맞으니까라며 꼬리를 내린다.
- “말 심하게 한 건 미안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는 알았다는 듯 끄덕인다. 자신의 거짓말은 무사히 덮였고, 상황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왔다.
초점을 흐리는 대화에서 빠져나오기
며칠 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가 약속 시간에 한참 늦어놓고 엉성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이번에는 따져 묻는 대신 가방을 챙긴다.
- “늦었네. 나 먼저 일어날게.”
무슨 말을 그렇게 차갑게 하냐며 또다시 태도를 지적하는 그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카페 문을 나선다.
본질을 외면하고 말투만 물고 늘어지는 사람에게 내 감정의 정당성을 증명하려 애쓸 필요 없다. 그는 내 태도가 상처가 되어서 화를 낸 게 아니라,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 꼬투리를 잡았을 뿐이다.
상대가 말머리를 돌리려 할 때 그 억지스러운 대화에 동참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뜨는 편이 훨씬 가볍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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