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고수들이 말하는 썸 기간 ‘골든타임’
썸은 봄날의 짧은 벚꽃과 같다. 만개했을 때 피어오르는 그 분홍빛 안개에 취해 우리는 영원히 그 계절에 머물고 싶어 한다. 책임질 필요 없이 달콤함만 빼먹을 수 있는 그 무중력의 상태가 주는 쾌감은 꽤 달콤하다.
당신은 지금 이 애매한 관계가 길어지는 것을 ‘서로를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라며 포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성급하게 다가갔다가 관계를 망칠까 봐 두려워하며, 상대방의 연락 한 통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진공 포장된 통조림이 아니다. 공기 중에 노출된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필연적으로 산화된다. 관계의 달인들이 입을 모아 썸에도 유통기한이 존재한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당신이 상처받지 않으려고 주춤거리는 사이, 관계의 골든타임은 소리 없이 모래시계 밑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갓 끓여낸 찌개의 온도가 식어갈 때
썸이 길어지면 상대방은 대개 이런 말을 툭 던진다.
- “나는 원래 사람을 만날 때 신중한 편이야. 우리 천천히 알아가면 좋겠어.”
번역하면 이렇다. ‘너에게 남자친구라는 독점적인 지위를 주고 내 일상을 제약받고 싶지는 않지만, 네가 나를 향해 쏟는 애정과 관심은 계속 누리고 싶다.’
이 문장에 속아 넘어가는 순간 당신의 썸은 기약 없는 연장전에 돌입한다. 썸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서로의 밑바닥을 가늠하고 냄새를 맡는 시기다. 탐색이 길어지면 호기심은 익숙함으로 변질된다.
갓 끓여낸 찌개가 가장 맛있는 법이다. 불을 끄고 식탁 위에 오래 방치된 찌개는 미지근해지고 짠맛만 남는다. 긴장감이 거세된 썸은 지루하다. 어제 뭐 했는지, 오늘 점심은 뭘 먹었는지 묻는 카톡이 어느새 노동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서로를 향해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감정의 줄이 툭 하고 느슨해지는 거다. 이 느슨함은 편안함이 아니라 무관심의 전조 증상이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수영을 배우겠다는 억지
몇 달째 주말마다 영화를 보고 밥을 먹으면서도 고백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상처받기 싫어서, 혹은 이 사람이 정말 내 짝인지 확인하기 위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변명한다.
이것은 신중함이 아니라 비겁함이다. 사람의 진짜 밑천은 카페에 마주 앉아 나누는 정제된 대화로 파악할 수 없다.
그 사람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는지는 연인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직접 부딪혀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영역이다.
썸의 테두리 안에서 완벽한 확신을 얻으려는 태도는, 물에 들어가지 않고 수영을 배우겠다는 억지와 같다. 확신은 밖에서 안전하게 관찰해서 얻는 게 아니다. 관계 안으로 흠뻑 뛰어들어 함께 뒹굴며 만들어가는 거다.
그 뛰어듦을 주저하며 마른땅에서 발만 구르고 있는 사람과 무슨 미래를 그릴 수 있겠는가. 당신은 흠집 없는 완벽한 사람을 고르려다, 결국 감정이 메말라버린 빈 껍데기만 쥐게 될 것이다.
의문이 서운함으로 진화하는 임계점
그렇다면 그 골든타임은 구체적으로 언제일까. 달력에 날짜를 붉은색 펜으로 동그라미 칠 수는 없지만, 감정의 곡선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구간이 있다.
당신의 머릿속에 ‘이 사람, 왜 사귀자는 말을 안 하지?’라는 의문이 피어오르는 바로 그 시점이다. 이 의문은 며칠 지나지 않아 서운함으로 변하고, 서운함은 곧 눅눅한 분노로 진화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설레던 상대의 안부 문자가, 오늘부터는 관계를 확정 짓지 않는 비겁한 찔러보기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감정의 결이 뾰족해지는 거다.
보통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을 넘기지 않는 게 낫다. 세 번에서 다섯 번 정도의 만남이면 충분하다.
그 시간 동안 상대방의 체취, 웃음소리, 대화의 온도를 확인했다면 결정해야 한다. 그 이상 시간을 질질 끈다고 해서 없던 매력이 갑자기 생겨나거나, 흐릿하던 마음이 마법처럼 선명해지지는 않는다.
다 식어버린 피자를 내어놓는 민망함
골든타임을 놓치면 관계는 기묘한 형태로 굳어버린다. 친한 동네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상태. 당신은 그저 그가 심심할 때 불러내는 어장 속의 물고기가 되거나,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전락한다.
이쯤 되면 어느 한쪽이 참다못해 억지로 고백을 던져도 결과는 참담하다.
“우리 너무 편해져서 이제 남녀 사이 같은 느낌은 안 드는 것 같아.” 혹은 “그냥 지금처럼 좋은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
타이밍을 놓친 고백은 다 식어빠진 피자를 데우지도 않고 손님상에 내어놓는 것과 같다. 한때 당신을 향해 요동치던 상대방의 심장 박동은 이미 차분하게 가라앉은 지 오래다.
감정은 휘발성이 강하다. 공기 중으로 날아가기 전에 제때 잡아채어 뚜껑을 닫아두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뒤늦게 빈 병을 들고 흔들어봐야 아무 소용 없다.
미지근한 웅덩이에서 걸어 나올 용기
썸이 길어져 속이 타들어 간다면, 당신이 먼저 매듭을 지어야 한다. 고백은 남자가 먼저 해야 한다는 낡은 고정관념은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낫다.
- “우리가 만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나는 네가 좋아. 너는 어떤 마음인지 궁금해.”
이 담백하고 서늘한 직구 앞에서 상대방은 자신이 숨기고 있던 속마음을 꺼낼 수밖에 없다. 머뭇거리며 핑계를 대거나 애매하게 얼버무린다면, 거기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털고 일어나면 된다.
당신의 귀한 감정과 시간을 그 미지근한 웅덩이에 더 이상 낭비할 이유가 없다.
거절당할까 봐 이 앙상한 관계라도 붙잡고 싶어 하는 그 축축한 미련이 당신을 매력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언제든 이 관계를 미련 없이 끝낼 수 있다는 단단한 태도. 그 서늘한 결단력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당신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조바심을 심어준다.
썸은 환승역이다. 잠시 머물며 목적지를 확인하는 곳이지, 텐트를 치고 평생 눌러앉을 곳이 아니다. 막차가 끊기기 전에 열차에 올라타든지, 아니면 짐을 챙겨 개찰구를 빠져나가는 게 맞다. 당신의 썸이 골든타임을 넘겨 부패하기 전에.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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