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그 사람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세상에 둘도 없는 소울 메이트라며 당신의 모든 것을 찬양하던 그 사람이, 이제는 당신의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에 짜증을 내고 당신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다. 당신은 어리둥절하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내가 변한 걸까?
지난밤에 나눈 대화를 몇 번이고 되감아 본다. 혹시라도 그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말을 내가 하지는 않았는지, 내 어떤 행동이 그를 실망하게 했는지 필사적으로 되짚어본다. 당신의 머릿속은 온통 ‘왜’라는 질문으로 가득 차고, 심장은 이유 모를 불안감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변심 앞에서 당신은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나르시시스트가 관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사용하는 전형적인 ‘평가절하(Devalue)’ 단계의 시작이라면 어떨까.
무대 위 찬양이 비난으로 바뀌는 순간
‘수진’ 씨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녀는 몇 달 전, 꿈에 그리던 소울 메이트 ‘민준’ 씨를 만났다.
민준 씨는 수진 씨가 좋아하는 인디 밴드 음악을 함께 듣고, 그녀가 언젠가 제주도에 작은 책방을 열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을 때 자기 꿈도 바로 그것이라며 함께 계획을 세우던 사람이었다. 그는 수진 씨의 모든 것을 칭찬했다. “수진 씨는 마음이 정말 따뜻해.”, “당신처럼 현명한 여자는 처음이야.”
하지만 꿈결같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민준 씨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진 씨가 일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며 “당신은 일밖에 모르는 것 같아. 가끔은 좀 재미없어”라고 툭 내뱉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나가면 “농담인데, 당신은 참 독특하게 입는 것 같아”라며 친구들 앞에서 그녀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수진 씨가 서운함을 표현하면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농담인데 왜 그렇게 예민해?”
어느 날, 그는 갑자기 ‘그냥 아는 사이’라는 여자 동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그 동료와 얼마나 말이 잘 통하는지, 얼마나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인지 수진 씨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했다.
심지어 SNS에 그 동료와 단둘이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인생친구’라는 태그를 달기도 했다. 질투심과 불안감에 휩싸인 수진 씨가 이 관계에 대해 묻자, 민준 씨는 오히려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 반응했다.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왜 집착해? 당신 혹시 나 의심하는 거야?”
사소한 다툼이 있던 다음 날, 그는 며칠 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다. 수진 씨가 애타는 마음에 먼저 연락하면, 그는 아주 차갑고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의 침묵은 수진 씨에게 벌처럼 느껴졌고,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그의 연락만을 기다렸다. 그녀는 완벽했던 관계를 되돌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그의 기분을 맞추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왜 천사의 가면을 벗어 던졌나
수진 씨의 경험은 나르시시스트 관계의 전형적인 평가절하 단계를 보여준다. 그들이 갑자기 돌변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지루함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 이상화 단계에서 당신의 마음을 얻고 완전한 숭배를 받는 데 성공하고 나면, 그들에게 ‘게임’은 끝난 것이다. 더 이상 새로운 자극이 없으면, 그들은 당신을 괴롭히고 당신의 감정을 흔드는 것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으려 한다.
둘째, 시기심과 경멸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비극적인 이유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상대방의 진실한 모습, 재능, 행복을 병적으로 시기한다. 이상화 단계에서 그토록 찬양했던 당신의 장점들이 이제는 그들의 자존감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그들은 자신의 우월감을 되찾기 위해 당신이 가진 좋은 것들을 깎아내리고 파괴해야만 한다. 당신이 행복해하고 빛날수록, 그들의 내면은 더욱 공허해지고 당신을 향한 경멸감은 커져간다.
셋째, 통제력의 유지다. 가스라이팅, 침묵, 삼각관계 등 평가절하 단계에서 나타나는 모든 행동은 당신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당신을 심리적으로 고립시켜 그들에게 더욱 의존하게 만들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다. 당신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불안에 떨수록, 그들은 관계의 주도권을 더욱 확실하게 쥘 수 있다.
당신을 향한 그의 경멸은, 사실 당신이 그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는 역설적인 증거다. 그는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으므로, 그의 경멸 또한 진짜가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반대말이 아니라, 시기심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다.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던 그 사람이 하루아침에 당신을 경멸하기 시작한 것은, 당신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쓰고 있던 가면의 유효기간이 끝났고, 당신을 통제하기 위한 다음 단계의 연극이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의 비난과 무시 속에서 당신의 가치를 찾으려 애쓰지 마라. 그의 차가운 눈빛에서 예전의 따뜻함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춰라. 당신은 그의 게임에 어울려 줄 필요가 없다. 당신은 그의 잔인한 연극에 박수를 쳐 줄 관객이 아니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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