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지 사흘째에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기 어렵다. 카카오톡 알림이 울릴 때마다 혹시 그 사람인가 싶고, 아무 연락도 없으면 차라리 내가 먼저 보내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일주일이 지나면 검색을 시작한다.

“남자는 헤어지고 한 달쯤 지나야 후폭풍이 온대.”

“지금 연락하면 더 멀어져. 최소 30일은 참아야 해.”

기다리라는 말에 날짜까지 붙으면 믿고 싶어진다. 오늘만 버티면 연락이 올 날에 하루 가까워지는 것 같으니, 막막한 이별에도 견딜 만한 끝이 생긴다.

하지만 남자들이 헤어진 지 30일째 되는 밤에 단체로 후폭풍 알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전남친이 연락하는 시기는 성별보다 두 사람이 어떻게 헤어졌는지, 헤어진 뒤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관계를 끝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기준은 필요하다.

연락이 올 때까지가 아니라 내가 움직일 때까지

상대가 이별을 말했고 연락하지 말라는 요구는 하지 않았다면, 우선 1~2주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상대를 애타게 만들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이별 직후의 감정으로 일을 더 벌이지 않기 위해서다.

헤어진 직후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억울했던 일을 해명하고 싶고,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 한 번만 만나주면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시기의 장문 메시지는 대부분 상대가 이미 들었던 말을 더 길게 반복한다.

“내가 정말 잘할게. 한 번만 다시 생각해주면 안 될까?”

상대가 관계를 끝내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에서는 이 말조차 약속보다 압박으로 들린다. 답장이 없으면 다시 보내고, 차가운 답장이 오면 오해를 풀어야 한다며 대화가 길어진다. 그러다 처음에는 미안함을 느끼던 사람도 연락 자체를 피하기 시작한다.

1~2주를 기다리라는 건 그동안 전남친의 마음이 바뀔 거라고 장담해서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 보내려는 말이 불안에서 나온 것인지, 다시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말인지 구분할 시간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싸우다 헤어진 경우에는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평소에는 관계가 무난했는데 큰 싸움 끝에 헤어졌다면 며칠 정도 감정을 가라앉힌 뒤 먼저 연락해도 괜찮다. 보통 3일에서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이때는 사랑을 확인하거나 재회를 요구하는 말보다, 싸움에서 내가 한 행동을 인정하고 대화를 제안하는 편이 낫다.

“그날은 나도 감정이 너무 올라와서 네 말을 듣지 못했어. 내가 상처 주는 말을 한 건 미안해. 괜찮다면 감정이 조금 가라앉은 뒤에 이야기하고 싶어.”

사과했으니 답장을 달라는 요구가 숨어 있으면 상대도 알아챈다. 한 번 보낸 뒤에는 답을 재촉하지 않아야 한다. 답장이 오지 않는 것까지 견디는 태도도 그 사과에 포함된다.

반대로 내가 감정적으로 헤어지자고 말해놓고 전남친이 먼저 붙잡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한 달씩 침묵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찾아오는지를 시험하기보다, 내가 꺼낸 말에 책임을 지는 쪽이 맞다.

오래 지쳐 끝난 관계라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같은 문제로 여러 번 싸우다 헤어졌거나 상대가 이미 몇 달 전부터 지쳐 있었다면 일주일 뒤의 사과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이별은 감정이 가라앉는다고 바로 마음이 돌아오지 않는다. 연락 문제, 반복된 의심, 약속을 지키지 않는 태도처럼 헤어진 이유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2~4주 정도 거리를 두고, 다시 만나자는 말을 하기 전에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잘할게.”

이 말은 간절하지만 내용이 없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지 자신도 모른 채 재회부터 하면, 관계가 안정되는 동안 잠시 잘하다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다. 상대도 그것을 알고 있으니 마음이 남아 있어도 선뜻 돌아오지 못한다.

2~4주가 지난 뒤에도 재회를 원하고 상대가 연락을 금지하지 않았다면, 한 차례 대화를 요청해볼 수 있다.

“붙잡는 말만 반복하고 싶지는 않아서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생각해봤어. 네가 괜찮다면 한 번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연락이다. 답이 없거나 거절했다면 다른 계정, 지인, 술기운을 빌려 다시 문을 두드려서는 안 된다. 기다리는 것과 상대가 세운 경계를 돌아서 들어가는 일은 다르다.

한 달 뒤 연락이 오면 후폭풍일까

이별 직후 며칠 안에 오는 연락은 갑작스러운 단절이 낯설어서일 수 있다. 2~4주가 지나면 함께하던 일상에서 빈자리를 느껴 안부를 묻기도 한다. 몇 달 뒤에는 외롭거나, 다른 만남이 끝났거나, 문득 추억이 떠올라 연락할 수도 있다.

늦게 연락했다고 마음이 더 깊어진 것은 아니며, 빨리 연락했다고 곧바로 재회를 결심한 것도 아니다.

“잘 지내?”

이 한마디만으로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는다. 밤에만 연락하는지, 외로울 때 잠시 대화를 원하는지, 실제로 만나려 하는지, 헤어진 이유를 다시 이야기할 마음이 있는지까지 봐야 한다.

연락이 왔다는 사실보다 그다음 행동이 이어지는지가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안부를 물은 뒤 다시 사라지고, 내가 다가가면 애매한 태도로 물러난다면 그는 재회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아직 내가 자신을 기다리는지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연락까지 모두 재회 신호로 받아들이면 기다림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기다림에도 끝나는 날은 있어야 한다

상담에서 “얼마나 기다리면 연락이 올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이별 과정을 먼저 듣는다. 그리고 조금 뒤에 묻는다.

“정한 날까지 연락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이 질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연락을 기다린다는 말 속에는 아직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뜻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돌아오면 나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확인받을 것 같고, 내가 버려질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안도감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30일을 기다린 사람은 40일을 기다리고, 40일이 지나면 세 달쯤 후폭풍이 온다는 말을 다시 찾는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그만두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재회를 원한다면 2~4주 정도를 무조건 연락을 참아야 하는 기간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하는 시간으로 삼는 편이 낫다. 그 뒤에는 한 번 연락해볼지, 상대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 한 멈출지 정한다. 아무 기한 없이 전남친의 연락만 기다리며 생활을 미뤄두지는 말아야 한다.

그래도 기다리고 싶다면 기다려도 된다.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을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다. 다만 기다림의 마지막 날과, 그날에도 연락이 오지 않았을 때 내가 할 행동까지 함께 정해두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자신에게 한 번쯤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과 다시 만들고 싶은 관계가 있어서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그가 연락해주면, 내가 버려질 사람이 아니었다는 확인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다리는 걸까.

답은 둘 다일지도 모른다. 아마 연락 한 통을 기다리는 시간이 이토록 길게 느껴지는 데에는, 그 두 마음이 함께 있기 때문일 것이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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