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가 설계하는 관계의 구조물 안에서, 당신의 존재는 두 개의 극단적인 지점 사이를 위태롭게 왕복한다.

하나는 당신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격상시키는 숭배의 제단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을 익명의 군중 속으로 추방하는 비하의 구덩이다.

이 두 공간을 여닫는 열쇠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두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계의 문을 열 때 그는 속삭인다. “이런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그리고 관계의 무덤을 팔 때 그는 내뱉는다. “넌 역시 다른 여자들과 똑같아.”

이 두 문장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감정의 변화나 변심으로 설명될 수 없는 심연에 가깝다.

그것은 당신이라는 한 인간의 고유성을 인정했다가 다시 박탈하는, 정교하게 계산된 심리적 과정이다.

당신은 이 언어적 롤러코스터 위에서, 한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였다가 다음 순간에는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익명의 존재로 전락하는 극심한 현기증을 경험한다.

이 과정 속에서 당신의 자기 인식 체계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당신은 그의 변덕스러운 정의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재조정해야 하는, 끝없는 혼란에 빠져든다.


조작된 특별함: 개별성의 부여와 박탈

‘수진’ 씨는 연인인 ‘재하’ 씨와의 관계 초기를 황홀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특별하다’고 명명했다.

“너처럼 내 말을 깊이 이해해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다른 여자들은 다 속물 같았는데, 너는 달라.” “너의 그 취향은 정말 독보적이야.”

그의 언어 속에서, 수진 씨는 이전의 모든 여자들과 구별되는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이라는 평범하고 속된 집단으로부터 구원받아, 오직 그만이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함’이라는 왕관을 쓴 여왕이 된 듯했다.

이 조작된 특별함은 강력한 중독성을 가졌고, 그녀는 이 관계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추락은 그녀가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예고되었다. 그녀가 미래에 대한 안정감을 원한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을 때, 재하 씨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그 문장을 입에 올렸다.

“결국 너도 똑같구나. 결혼 이야기 꺼내는 다른 여자들이랑.”

그 한마디에, 그녀를 지탱하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그녀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모든 것—그의 말을 깊이 이해하는 지혜, 속물적이지 않은 순수함—은 순식간에 부정되었다.

그녀는 더 이상 고유한 이름을 가진 ‘수진’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가 경멸해 마지않는 ‘다른 여자들’이라는 일반 명사로 강등되었다.

그녀가 부여받았던 특별함은, 그녀가 그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순간 가차 없이 박탈되는, 조건부 자격에 불과했다.

이후 그녀의 모든 노력은, 자신이 ‘다른 여자들과 똑같지 않음’을 증명하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정당한 욕구를 억누르고, 그의 비위를 맞추며, 어떻게든 과거의 그 ‘특별한’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몰랐다. 그 자리는 애초에 그녀의 것이 아니었으며, 그녀를 통제하기 위해 그가 잠시 빌려준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양극화의 논리: 특별함과 평범함을 오가는 통제 기제

“네가 처음이야”라는 이상화와 “넌 역시 똑같아”라는 평가절하는, 나르시시스트가 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당신을 심리적으로 종속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핵심적인 양극화 전략이다.

1. ‘특별함’의 주조: 당신을 거울로 만드는 과정

“네가 처음이야”라는 말은 당신의 실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을 자신의 완벽한 이상을 비추는 거울로 만들기 위한 ‘주조(casting)’ 과정이다. 이 과정에는 몇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당신을 이전의 모든 타인과 분리함으로써, 당신과의 관계가 운명적이고 유일무이하다는 환상을 창조한다. 이것은 관계 초기에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로 강렬한 유대를 형성하는 효과를 낳는다.

둘째, ‘특별함’이라는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당신이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드는 암묵적인 계약을 체결한다. 당신은 그의 인정을 받기 위해, 그리고 그가 정의한 ‘특별한’ 당신의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기준에 스스로를 맞추게 된다.

셋째, 당신을 높이 들어 올릴수록, 추락의 충격은 더욱 커진다. 이 극적인 낙차는 훗날 당신을 통제할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2. ‘평범함’이라는 처벌: 당신을 익명으로 되돌리는 과정

“넌 역시 다른 여자들과 똑같아”라는 말은, 당신이 그들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모든 시도를 무력화시키는 가장 잔인한 처벌이다.

첫째, 이것은 당신의 개별성을 말살하는 행위다. 당신이 그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그의 욕구와 상충하는 당신의 욕구를 드러낼 때, 그는 당신을 더 이상 고유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다.

그는 당신을 자신이 경멸하는 ‘다른 여자들’이라는 집단적 범주 안에 던져 넣음으로써, 당신의 개별적인 목소리를 집단의 시끄러운 소음으로 격하한다.

둘째, 이것은 당신의 감정과 욕구를 원천적으로 무효화한다. 당신이 느끼는 서운함, 안정에 대한 갈망 등은 한 개인의 정당한 감정으로 존중받는 대신, ‘모든 여자들이 으레 보이는 피곤한 속성’으로 치부된다.

당신은 당신의 감정에 대해 설명하거나 이해받을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다.

셋째, 이것은 ‘특별함’의 박탈을 무기로 당신을 협박하는 것이다. 당신이 그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언제든 당신의 특별한 지위는 취소되고 당신은 대체 가능한 평범한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는 공포를 심어준다.

이 공포는 당신이 저항을 포기하고 다시 순종적인 역할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된다.

3. 순환의 목적: 영원한 자기애적 보급품의 확보

이 두 문장 사이를 오가는 진자 운동은, 당신을 영원한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 묶어두기 위한 것이다. 당신은 경멸의 구덩이로 추락할 때마다, 과거의 그 숭배의 제단을 그리워하며 필사적으로 다시 기어오르려 애쓴다.

당신의 이 끊임없는 노력, 그의 인정을 갈구하는 당신의 이 필사적인 에너지가 바로, 그의 공허한 자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자기애적 보급품’이다. 그는 이 순환을 통해, 당신을 고갈시키는 동시에 자신을 충전한다.


개별성의 회복

그의 언어 안에서 당신은 고유한 이름을 가진 개인이 아니었다. 당신은 그의 필요에 따라 부여되고 박탈되는 ‘특별함’과 ‘평범함’이라는 두 개의 가변적인 기호 사이를 떠도는 존재였다.

당신이 겪은 혼란의 근원은, 당신이라는 인간의 실체가 그의 언어 감옥 안에서는 단 한 번도 온전하게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있다.

따라서 치유는, 그의 언어가 만들어낸 이 양극단의 세계 자체를 부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당신은 그가 숭배했던 천사도, 그가 경멸했던 악마도 아니다. 당신은 그저 장점과 단점을 가진, 복합적이고 고유한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당신은 이제 그가 붙여준 모든 이름표를 떼어내고, 당신 자신의 이름과 서사를 되찾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당신을 당신이게 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기억해내야 한다.

그의 칭찬이 있기 전에도 당신은 지혜로웠고, 그의 비난이 있기 전에도 당신은 선량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당신의 것으로 되찾아올 때, 당신은 비로소 그가 설계한 모순의 회로를 끊고 당신이라는 개별적 존재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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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진 소장 저 | 북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