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난하는 친구와 가족

이해받지 못해도, 당신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 지옥 같던 관계에서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갓 뭍으로 나온 난파선의 생존자처럼 숨을 몰아쉬며, 당신의 편이라 믿었던 이들에게, 당신의 가장 가까운 친구와 가족에게 그 끔찍했던 이야기를 꺼냅니다.

당신이 원했던 것은 단 하나, “정말 고생 많았다”는 따뜻한 공감의 한마디였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돌아온 것은, 당신의 상처를 헤집는 날카로운 질문들입니다.

  • “아니, 그렇게 똑똑한 애가 왜 그걸 당하고 있었어?”
  • “오죽했으면 걔가 그랬겠어. 너도 뭔가 잘못한 건 있겠지.”
  • “다 지난 일인데 왜 아직도 그러고 있어? 이제 그만 잊어.”

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조언들 앞에서 당신은 완벽하게 혼자가 됩니다. 그와의 관계에서 당신이 미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 애썼는데, 이제는 당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당신의 고통이 진짜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변호해야 하는, 이 기이하고 잔인한 법정에 서게 된 겁니다.


그들은 당신이 본 것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그들에게 서운함을 느끼기 전에, 이것 하나만은 알아야 합니다. 그들은 당신이 본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의 삶은 ‘상식’과 ‘인과응보’라는 합리적인 법칙이 지배하는 평온한 땅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그 세계에서는 누군가에게 잘해주면 보답이 돌아오고, 갈등이 생기면 대화로 풀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땅 밑에 숨겨진,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지하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체계적인 가스라이팅, 영혼을 좀먹는 교묘한 심리 조종. 이것은 ‘나쁜 연애’의 범주가 아니라, 심리적 학대의 영역입니다.

당신의 친구와 가족들은 ‘성격 나쁜 남자’는 상상할 수 있어도, ‘인간의 탈을 쓴 포식자’는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당신이 설명하는 그 괴물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상상할 수 있는 범주 밖에 있는 겁니다.

당신은 3차원의 경험을, 2차원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게 필사적으로 설명하려 애쓰고 있는 셈입니다.


그들의 비난은, 사실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닙니다

더 깊이 들어가 볼까요? 그들이 당신을 비난하는 진짜 이유는, 사실 당신을 지키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들 자신을 지키고 싶어서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당신처럼 “똑똑하고”, “강하고”, “정상적인” 사람이 그런 끔찍한 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들의 세계는 무너집니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내 딸에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끔찍한 불안과 마주해야 하니까요. 그 불안은 너무나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그들은 가장 쉬운 답을 찾아냅니다. 바로 당신에게서 ‘문제’를 찾는 것이죠.

“그래, 넌 원래 좀 착해 빠졌잖아.”, “네가 너무 예민하게 군 거야.”

이렇게 당신에게 결함의 딱지를 붙이는 순간, 그들은 안도합니다. ‘아, 쟤는 원래 저런 구석이 있어서 당한 거고,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안전해.’ 당신의 상처는, 그들의 안전한 세상을 지키는 방패막이로 쓰이고 맙니다.

그들은 당신을 비난함으로써, 자신들의 ‘상식적인’ 세계를 아슬아슬하게 지켜내고 있는 겁니다.


당신의 진실을 증명하려는 노력을 멈추세요

그래서 당신은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당신이 겪었던 일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그가 보냈던 메시지들을 증거로 내밀고, 그날의 감정들을 다시 복기합니다.

하지만 이 행위가 당신에게 무엇을 남기나요? 그들은 당신의 노력을 ‘집착’으로 오해하고, 당신은 그 끔찍했던 트라우마를 스스로에게 다시 주입하는 셈이 됩니다. 당신은 당신의 상처를 증명하기 위해, 아물던 상처를 다시 열어 피를 흘려 보여주는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두세요. 당신의 에너지는 그들을 설득하는 데 쓰이기엔 너무나 귀합니다. 그 에너지는 오롯이 당신의 회복과 재건에만 쓰여야 합니다.


당신은 단 한 명의 증인만 있으면 됩니다

당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원망할 필요도, 그들을 떠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그들에게서는 다른 종류의 사랑(이를테면 맛있는 밥을 함께 먹어주는)을 받고, 심리적 검증(validation)에 대한 기대만을 깨끗이 접으면 됩니다.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신의 고통이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지독한 전쟁터에서, 당신의 경험을 온전히 증언해 줄 사람은 오직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편에 서야 합니다.

당신의 감각을 믿고, 당신의 기억을 신뢰해야 합니다. 당신의 진실은, 당신이 믿어주는 순간 비로소 완전한 진실이 됩니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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