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배고픈 유령과, 스스로 밥을 지어 먹는 사람의 결말에 대하여
승패는 스코어보드에 적혀 있지 않다
그와의 전쟁이 끝난 후, 당신은 폐허가 된 전장에 홀로 서 있다. 옷은 찢어지고, 몸에는 생채기가 가득하며, 주머니는 텅 비었다. 반면 그는 전리품을 챙겨 유유히 사라졌다. 그는 새로운 연인이라는 트로피를 치켜들고,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소셜 미디어라는 광장에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다.
누가 봐도 당신의 패배처럼 보인다. 당신은 잃었고, 그는 얻었으니까. 세상의 셈법으로 계산하면 당신은 사기를 당한 피해자이고, 그는 이득을 챙긴 가해자다. 당신이 분통을 터뜨리며 밤잠을 설치는 이유는 바로 이 불공정한 스코어보드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 종목을 잘못 알고 있다. 이것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이것은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이어지는, 아주 긴 호흡의 ‘생존 게임’이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그의 화려한 모습은, 도박 중독자가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린 순간의 환희와 같다. 그는 칩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웃고 있지만, 우리는 안다. 그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는 것을. 결국 그 모든 칩을 탕진하고, 자신의 영혼까지 저당 잡힌 채 파멸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반면 당신은 도박장을 걸어 나왔다.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도박장 밖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있다. 당신은 이제 노동을 하여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밥을 사 먹는 정상적인 삶의 감각을 회복할 것이다.
카지노 안에 갇힌 자와, 카지노 밖으로 나온 자. 누가 승리자인가.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기생충은 숙주 없이 살 수 없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자. 나르시시스트는 본질적으로 ‘기생체(Parasite)’다. 그들은 스스로 자존감을 생성할 수 있는 내연기관이 없다. 반드시 타인이라는 ‘숙주(Host)’에 빨대를 꽂아 찬사와 에너지를 흡입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존재다.
반면 당신은 ‘숙주’였다. 이 단어가 불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생태학적으로 숙주는 기생체보다 훨씬 더 고등하고, 독립적이며, 생명력이 넘치는 존재다. 당신에게는 그가 없어도 스스로 빛을 내고, 에너지를 만들고,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자원이 있었다. 그랬기에 그가 당신을 선택한 것이다.
그가 당신을 떠났거나, 당신이 그를 쳐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생체는 영양분이 풍부한 숙주를 잃었다. 그는 급하게 다른 숙주를 찾아 이동했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불안과 허기를 느낀다. 새로운 숙주가 당신만큼 질 좋은 에너지를 공급해 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숙주는 어떤가. 기생충이 떨어져 나간 자리는 쓰리고 아프겠지만, 내 피를 빨아먹던 존재가 사라졌으니 당신의 몸은 급속도로 건강해진다. 당신이 생산하는 에너지는 이제 오롯이 당신을 위해 쓰인다.
그는 당신 없이는 존재할 수 없지만(누군가 그를 봐줘야만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으므로), 당신은 그가 없어도, 아니 그가 없어야만 온전하게 존재한다. 독립된 생명체와 의존적인 기생체. 이 싸움의 승패는 태생적으로 결정되어 있었다.
늙어가는 나르시시스트의 비극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나르시시스트에게 시간은 가장 잔혹한 형벌이다. 나르시시스트의 무기는 대개 ‘매력’이다. 젊음, 외모, 재력, 혹은 성적인 매력. 그들은 이 표면적인 도구들을 이용해 사람들을 유혹하고 조종해 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 무기들은 필연적으로 녹슨다. 주름이 패고, 배가 나오고, 체력이 떨어진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 노화를 ‘성숙’으로 받아들이며 내면의 깊이를 더해간다. **‘78. 어둠을 삼킨 자만이 새벽의 냄새를 맡는다’**에서 이야기했듯, 당신은 고통을 통해 통찰과 지혜라는 늙지 않는 무기를 얻었다.
그러나 내면이 텅 빈 나르시시스트에게 노화는 재앙이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나이 칠십이 넘어서도 성형 수술에 집착하거나, 어린 이성에게 돈을 써가며 추파를 던지거나, 과거의 영광을 앵무새처럼 떠벌리는 ‘추한 노인’이 된다.
늙은 나르시시스트의 말로는 비참하다. 그들의 곁에는 진심으로 그들을 아끼는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는다. 가족들은 그들을 혐오하거나 두려워하여 멀리 떠났고, 친구들은 그들의 이기심에 질려 절교했다. 남은 것은 돈을 보고 붙어있는 하이에나들 뿐이다.
그들은 요양병원 침대에 누워서도 간병인에게 갑질을 하다가 고립된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장례식장. 그것이 그들의 확정된 미래다. 당신이 복수하려 애쓰지 않아도, 시간이라는 사형 집행인이 그들을 서서히, 그리고 아주 고통스럽게 조여올 것이다.
밑 빠진 독에는 빗물도 고이지 않는다

당신은 그와의 추억을 소중히 여긴다. 비록 가짜였을지라도, 당신이 쏟았던 진심만큼은 진짜였기에 당신의 마음속에 어떤 ‘흔적’으로 남는다. 그 흔적은 당신을 아프게도 하지만, 당신이라는 사람의 역사가 되어 깊이를 만든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에게는 ‘축적’이 없다. 그들에게 과거는 현재의 이득을 위해 언제든 조작하거나 폐기할 수 있는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하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경험을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내면에 쌓이지 않는다.
그들은 마치 바닥이 뚫린 항아리와 같다. 폭포수 같은 사랑을 쏟아부어도, 그들은 잠시 젖을 뿐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늘 굶주려 있고, 늘 새것을 찾아 헤맨다.
당신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변해간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다. 하지만 그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똑같은 패턴으로 유혹하고, 똑같은 패턴으로 상처 주고, 똑같은 패턴으로 도망친다. 성장이 멈춘 상태, 영원히 쳇바퀴를 도는 삶.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안정감이 아니라 죽음이다. 그는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없다. 당신은 아파하면서도 매일 새 살을 돋워내며 자라나고 있지만, 그는 박제된 곤충처럼 그 자리에 못 박혀 있다. 이것이 당신의 승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당신은 ‘진짜’를 가질 자격을 얻었다
가장 결정적인 승리의 증거는 이것이다. 당신은 이제 ‘진짜’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 가짜 돈에 속아본 사람은, 지폐의 촉감만으로도 위조지폐를 가려낸다. 당신은 나르시시스트라는 위조지폐를 비싼 값을 치르고 배웠다.
이제 당신은 화려한 포장지에 속지 않는다. 달콤한 말발에 넘어가지 않는다. 당신은 투박하지만 진실한 것, 심심하지만 안전한 것, 느리지만 단단한 것의 가치를 뼛속 깊이 깨달았다.
반면 그는 영원히 ‘가짜’들 속에서만 살아야 한다. 그는 자신의 가면을 벗는 순간 사람들이 떠날 것이라는 공포 때문에, 자신과 똑같은 가면 쓴 사람들, 혹은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게 된다. 진실한 사랑, 깊은 신뢰, 영혼의 교감.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이 최상의 기쁨들은 그에게 영원히 출입 금지 구역이다.
그는 평생 모조품만 만지작거리다 죽을 운명이고, 당신은 이제 진품을 가질 자격을 얻었다. 누가 부자인가? 누가 승자인가?
관객석에서 일어나 극장 밖으로 나가라

그러니 이제 그 스코어보드를 쳐다보는 일을 멈춰라. 당신이 그를 미워하고, 그의 불행을 바라는 동안, 당신은 여전히 그의 연극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이다.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당신이 야유를 퍼붓든 박수를 치든, 자신의 무대 앞에 앉아 있어 주는 것.
진정한 승리는, 당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극장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완성된다. 그가 무대 위에서 떵떵거리든, 꼬꾸라지든, 조명이 꺼지든, 당신이 알 바 아니다. 당신은 극장 밖의 햇살, 바람, 그리고 당신의 진짜 삶을 만나러 가야 한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지 마라. “나 이렇게 잘 살아! 나 안 볼 거야?” 그의 외침은 승자의 포효가 아니라, 관객을 잃은 어릿광대의 절박한 비명일 뿐이다.
당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신의 길을 걸어라. 당신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질수록, 그의 지옥은 완성된다. 당신은 살았고, 배웠고, 걸어 나왔다. 그것으로 게임은 끝났다. 당신의 완벽한 승리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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