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인 줄 알았는데…”
햇살이 기분 좋게 들어오는 주말의 성수동 팝업스토어.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원피스를 발견해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대보며 미소 짓는 당신에게, 뒤에서 스마트폰을 보던 그가 툭 한마디를 던진다.
- “너는 진짜 외모나 꾸미는 거에 강박이 없어서 참 좋아. 다른 여자들처럼 유행 따라간다고 피곤하게 안 굴고, 늘 수더분하고 털털하잖아.”
순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분명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 준다는 뜻 같은데, 왜인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진다. 내가 남들보다 뒤처져 보인다는 건가. 촌스럽다는 뜻을 돌려 말한 건가.
기분 탓이겠지, 날 사랑해서 하는 말이겠지 하며 애써 웃어넘기지만, 돌아서면 입안에 쓴맛이 감돈다. 당신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건 칭찬처럼 포장된 깎아내리기다.
씹을수록 쓴 칭찬
내현성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을 순수하게 칭찬하지 못한다. 누군가 자신보다 잘나 보이면 참지 못한다. 대놓고 깎아내리자니 고상한 이미지에 금이 가고, 그래서 후려치기를 칭찬으로 포장한다.
- “이번에 이직한 곳 연봉 올랐다며? 진짜 다행이다. 네 실력에 그 정도 대우받고 들어갈 수 있는 회사가 마침 딱 자리가 났네. 운이 참 좋아.”
당신의 성취를 축하하는 것 같지만, 핵심은 당신의 노력과 실력을 ‘운’이나 ‘쉬운 자리’로 슬쩍 깎아내리는 데 있다. 겉으로 박수를 치면서 속으로는 당신을 자기 발밑으로 끌어내린다. 그래야 속이 풀리니까. 열등감 때문이다.
화를 내면 나만 꼬인 사람이 되는 구조
이런 돌려까기 식 칭찬이 악질적인 이유는, 당신이 불쾌함을 표현하는 순간 빠져나갈 구멍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 “아까 한 말, 꼭 나 촌스럽다고 비꼬는 것 같아서 기분 나빠.”
조심스럽게 섭섭함을 털어놓으면,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 “내가 언제 비꼬았어? 넌 있는 그대로가 좋다고 칭찬해 줘도 난리야. 넌 자격지심이 너무 심해. 왜 이렇게 매사를 꼬아서 들어?”
함정이다. 그는 졸지에 ‘순수한 마음으로 칭찬을 건넨 다정한 연인’이 되고, 당신은 ‘칭찬조차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꼬인 사람’이 된다. 가스라이팅이다.
이 판 뒤집기에 당하고 나면, 진짜 내 자격지심 때문에 그 사람의 좋은 의도를 오해한 건 아닐까 자책하게 된다. 기분 나쁘게 한 건 그 사람인데, 반성하는 건 당신이다.
해독이 필요한 칭찬은 칭찬이 아니다
건강한 관계에서는 칭찬을 들었을 때 속내를 의심할 일이 없다. “오늘 정말 예쁘다”, “네가 해내서 내가 다 자랑스럽다”처럼 맑고 직관적이다. 들었을 때 찝찝하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워서까지 곱씹으며 의미를 뜯어봐야 한다면, 그건 칭찬이 아니라 모욕이다.
그 사람의 말에 숨은 ‘좋은 의도’를 찾느라 에너지를 쓸 필요 없다. 당신이 꼬인 게 아니라, 상대방이 칭찬에 독을 타서 먹인 게 맞다.
나를 높여주는 척하면서 깎아내리는 사람 곁에 있으면 자존감이 갉아먹힌다. 뼈 섞인 칭찬을 웃으며 받아줄 필요 없다. 그 사람한테 인정받는 걸 포기하면 된다. 그게 끝이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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