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화요일 저녁, 어둑한 조명의 와인바.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그가 창가에 맺힌 빗방울을 멍하니 바라본다. 무심코 내쉰 한숨에 옅은 우울의 냄새가 섞여 있다.
당신은 그 옆모습을 보며 기묘한 매력을 느낀다. 왁자지껄한 세상 속에서 홀로 고고하게 슬픔을 짊어진 순수 예술가 같기도 하고, 어딘가 고장 난 채 버려진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 그 지독한 고독의 깊이가 남다르게 느껴져, 감히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어진다.
이것이 당신이 발을 들인, 지독하고 눅눅한 연애의 서막이다.
비극의 주인공이라는 완벽한 무대
내현성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의 우울을 기가 막힌 훈장처럼 활용한다. 그들은 오만하게 자기를 과시하지 않는 대신, 처연하게 자기를 비하하며 타인의 동정심을 낚는다. 그들이 보여주는 우울함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 아니라,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포장하기 위한 완벽한 무대장치다.
- “난 원래 어릴 때부터 우울이라는 감정이랑 친했어. 남들은 이해 못 하는 나만의 세계가 있거든.”
이 말의 속내는 서늘하다. 당신의 공감을 바라는 게 아니다. ‘나는 평범한 인간들과 격이 다른 섬세한 존재이니, 감히 네가 나를 온전히 이해하려 들지 말라’는 으름장이다.
당신은 그 오만함을 깊이 있는 사색으로 오해한다. 그가 가진 우울의 색깔이 어둡고 눅눅할수록, 당신은 그것을 선명한 원색으로 바꿔주고 싶다는 승부욕에 불타오른다. 당신이 그의 유일한 구원자가 될 수 있다는 지독한 착각에 빠져드는 순간이다.
당신의 맑은 애정을 갉아먹는 습기
관계를 유지할수록 당신의 일상은 서서히 눅눅해진다. 처음에는 그 우울함이 분위기 있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축축한 습기가 온몸을 짓누른다.
당신이 건네는 밝고 건강한 에너지는 그의 깊은 우울의 지하로 흔적 없이 사라진다. 당신이 아무리 햇살 같은 미소를 지어도 소용없다. 그는 그 지하실의 눅눅함을 사랑하며, 당신마저 그 어둠 속에 머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 “네가 노력하는 건 알겠는데, 내 우울은 그렇게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니야.”
이건 비명이다. ‘내가 행복해지면 네가 나를 떠날지도 모르니, 영원히 이 불행의 늪에 머물며 나에게 채워지지 않는 관심을 쏟아부어라’라는 지독한 요구다. 당신은 피가 마른다.
그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안도하고, 다시 가라앉으면 자책한다. 연애는 사라지고, 한 사람의 우울을 떠받드는 힘겨운 서커스만 남는다. 당신의 영혼마저 퀴퀴한 곰팡이 냄새로 물들어간다.
그처연한 눈빛에 속지 마라
이제 그 처연한 눈빛에 더 이상 흔들리지 마라. 우울함은 매력이 아니다. 극복해야 할 아픔이거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그것을 관계의 훈장처럼 달고 다니며 타인의 애정을 착취하는 건 지독한 이기심이다. 당신은 그 우울을 고칠 수 없다.
그 우울의 지하실 문을 박차고 나와 맑은 햇살 아래 서면 그만이다. 나쁜 년 소리 들어도 괜찮다. 당신의 맑고 건강한 일상을 눅눅한 곰팡이 속에 방치하지 마라.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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