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주는 그 사람이 내 자존감을 갉아먹는 주범인 아이러니
그는 누구보다 당신을 아껴준다. 비싼 선물을 사주고, 매일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당신이 아프면 한달음에 약을 사 들고 달려온다. 주변 친구들은 “너는 참 좋겠다, 저런 사랑꾼이 어디 있냐”며 부러워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의 곁에 있으면 당신은 점점 작아진다. 행복해야 마땅한데, 묘하게 주눅이 들고 눈치를 보게 된다.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주는 사람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와 함께할수록 나는 ‘부족한 사람’이 되어간다.
이 기이한 불협화음의 원인은 명확하다. 그가 주는 사랑에는 치명적인 독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 독은 너무나 달콤해서 처음에는 맛을 느끼기 힘들다.
“너는 다 좋은데, 이것만 고치면 완벽할 거야.” “네가 좀 덤벙대잖아. 나니까 너 챙겨주지.” 이런 말들은 애정이라는 포장지에 싸여 당신의 영혼에 침투한다. 당신은 그것이 독인 줄도 모르고, 사랑받기 위해 기꺼이 그 독배를 마신다.
“나니까 너를 만나주지”의 함정

자존감 도둑들이 가장 즐겨 쓰는 기술은 ‘후려치기’다. 하지만 그들은 대놓고 당신을 비난하지 않는다. 아주 교묘하게 당신의 단점을 부각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하는 자신의 관대함을 강조한다.
“너 성격 진짜 특이하다. 나 아니면 누가 널 받아주겠어?” “살이 좀 쪘네? 그래도 내 눈에는 귀여워.” 이 말을 들은 당신은 무의식중에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자기 비하. 다른 하나는 ‘이런 나를 사랑해 주는 그는 구원자다’라는 맹신.
이것은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다. 그는 당신을 깎아내림으로써 당신이 다른 곳으로 떠나지 못하게 발을 묶는다. 당신의 자존감이 바닥을 쳐야만, 자신이 당신의 세계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스스로를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 인식할수록 그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진다. 그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자신에게 매달리는 나약한 대상을 곁에 두고 즐기는 것이다.
조각상이 된 연인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수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존감을 갉아먹는 연인은 당신을 ‘개조’하려 든다. 마치 조각가라도 된 듯, 당신의 말투, 옷차림, 식습관, 인간관계까지 자신의 입맛에 맞게 깎아내고 다듬으려 한다.
“그런 옷은 너한테 안 어울려. 내가 골라준 거 입어.” “말할 때 그렇게 하지 마. 없어 보여.” 그는 이것을 ‘조언’이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검열’이다.
당신은 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가 싫어하는 색의 옷을 버리고, 그가 싫어하는 친구를 끊어낸다. 그가 칭찬해 주면 안도하고, 표정이 굳으면 불안해한다. 이 과정에서 당신 고유의 색채와 향기는 증발한다.
어느 순간 거울을 보면, 거기에는 당신이 알던 생기 넘치던 사람은 없고 그가 빚어놓은 창백한 인형 하나가 서 있다. 그는 완성된 인형을 보며 “이제야 좀 괜찮네”라고 만족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인형은 더 이상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자아를 죽여서 유지되는 평화는 가짜다. 그가 사랑하는 대상은 당신이라는 실체가 아니라, 자신의 통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당신의 ‘순종적인 태도’일 뿐이다.
구원자는 없다, 도망쳐라

사랑받는다는 느낌과 존중받는다는 느낌은 다르다. 그가 당신을 공주나 왕자처럼 대접해 줄지라도, 당신의 의견을 무시하고 당신의 가치를 폄하한다면 그것은 폭력이다. 비싼 목걸이를 걸어준다고 해서 목줄이 목걸이가 되지는 않는다.
“나를 이만큼 사랑해 주는 사람은 다시 없을 거야.” 이 생각이야말로 그가 심어놓은 가장 강력한 세뇌다. 장담하건대, 세상에는 당신을 깎아내리지 않고도 온전히 사랑해 줄 사람이 넘쳐난다. 아니, 설령 혼자가 된다 해도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인형으로 사는 것보다 백배는 낫다.
당신은 수리가 필요한 고장 난 물건이 아니다. 누군가의 관용을 구걸해야 할 만큼 하자가 있는 존재도 아니다. 당신의 자존감을 먹이 삼아 자신의 배를 불리는 기생충 같은 사랑을 끊어내라.
그 사람을 떠나는 것은 배신이 아니다. 침몰하는 배에서 뛰어내리는 생존 본능이다. 당신을 작게 만드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진짜 사랑은 당신을 거인으로 만든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당신은 비로소 그 지독한 아이러니에서 탈출할 수 있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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